Branding, UI Design history / 2025-05-21 / by 천진우

불을 머리에 올린 인간: 신성을 쓰고 싶었던 인간의 욕망 - 1장

1장. 머리는 하늘에 가장 가까운 곳

인간은 왜 머리를 신성하게 여겼을까?

그 해답은 어쩌면 단순한 위치에서 시작된다. 머리는 몸의 가장 높은 곳에 있으며, 고대인들에게 이는 곧 하늘과 가까운 자리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졌다. 또한 머리는 감각기관이 집중된 곳이자 사고의 중심으로, 생각이 태어나고 신의 목소리를 듣는 곳으로 여겨졌다. 신화와 제의에서 머리는 종종 신과 인간의 경계, 또는 신의 힘이 깃드는 장소로 등장한다.

고고학적 증거도 이러한 상징성을 뒷받침한다. 예컨대, 터키 남동부에서 발굴된 괴베클리 테페(Göbekli Tepe)는 기원전 9600년경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의례용 건축물이다. 이곳의 T자형 석주는 인체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며, 일부 조각에서는 머리나 얼굴에 해당하는 부분이 강조된 흔적이 보인다. 이는 머리라는 부위에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전 세계의 선사시대 및 초기 문명 유물들 신석기 유럽의 여성 조각상(예: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남아메리카 잉카 문명의 제사장 머리 장식, 아프리카 부족의 깃털 관에서는 공통적으로 머리에 어떤 장신구나 상징물을 얹는 모습이 확인된다. 이는 서로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도 머리를 권위와 신성의 자리로 인식해왔음을 보여준다.

이 장에서는 인간이 머리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권위와 신성을 표현해왔는지, 그리고 왜 머리가 그 상징의 중심이 되었는지를 탐색한다. 우리가 왕관, 금관, 관모, 머리띠 등을 본능적으로 ‘특별한 것’으로 인식하는 감각은 단순한 유행이나 장식이 아니다. 그것은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상징의 체계이며, 무언의 공감이자 집단적 기억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불을 머리에 올린 인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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